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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영양

피트산 분해 3총사, 그리고 발아 숙주를 품은 낡은 주전자

by FatFingersJo 2023. 10. 24.

앞의 글에서 보았듯이,  피트산이 가진 일부 단점에도 불구하고 항암과 인슐린 감수성 향상 즉, 이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 개선 효과 및 최종당화산물 생성 감소[1] 등 수많은 긍정적인 효과[2]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집은 집대로 지키고 빈대도 잡을 방도를 찾아보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지...


가정에서 피트산에 대한 염려들을 조금이라도 덜어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 바, 3가지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 같다: 물에 담그기, 발아시키기, 그리고 발효하기의 삼총사.

1. 물에 담그기

갈색콩을 대상으로 물에 불려 피테이트 분해를 조사한 실험에 의하면 산도 pH 7.0, 온도 55°C의 조건하에서 4시간, 8시간, 17시간 담 그었을 때 각각  79%, 87% 및 98%의 피테이트가 분해되었다고 한다 [3]. 현미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50°C에서 36시간 담 그었을 때 피타제 분해효소 수치가 최고조에 달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4].

현미의 경우, 개인에 따라 살짝 끓여서 헹구고 밥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나의 경우는 불린 물은 버린다. 어차피 현미는 백미와 달리 껍데기로 내부를 잘 싸고 있으니 크게 영양가를 손실하는것은 아니리라 믿으면서. 사실 나는 현미, 도정 안된 카무트, 스펠트 , 귀리, 보리 등을 한꺼번에 불린 다음 체에 밭쳐 하루 이틀 발아시킨 후 냉동실에 넣어놓고 밥 지을 때마다 섞어서 쓴다. 집집마다 나름대로의 방법들이 있지 않나 싶다. 

2. 발아하기

수일에 걸쳐 25°C~30°C의 온도에서 발아를 보통 하는데, 발아 역시 피테이트를 분해하는 피타아제 효소를 활성화시켜 미네랄 흡수와 생체 이용률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5]. 씨앗 속에 꽁꽁 잘 보호되어 있던 단백질, 지방, 전분, 효소 등의 영양분이 물을 만나 싹이 트게 되면 효소가 잠에서 깨어나 활성화되면서 저장된 영양분들을 씨앗이 활용하기 더 쉬운 형태로 분해해 주기 시작한다. 씨앗들이 더 활용하기 쉽게 변한다는 것은 곧 우리 몸이 이들을 소화하기가 더 쉬워지고 영양도 더 잘 흡수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일 것이다.  글루텐도 아주 다소 감소한다고 한다. 물론 실리악병을 가진 사람들이 안심할 정도는 전혀 아니다.

 

3. 발효하기

이스트, 사워도우, 또는 이 둘의 혼합 등 다양한 발효제가 피트산 분해에 미치는 영향과 또한, 빵을 만드는 동안 피트산 분해가 인과 마그네슘의 용해도에 미치는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 있었다. 사워도우발효가 이스트 발효보다 통밀빵의 피트산을 훨씬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각각 -62%,-38%), 사워도우빵 내의 젖산균은 산도를 증가시킴으로써 인과 마그네슘의 용해도를 더 증가시켰다고 한다 [6]. 이는 산도를 약간만 (pH 5.5)로 내려줘도 피트산이 훨씬 많이 분해되었다는 다른 실험과 맥을 같이 한다 [7].

이렇게 3가지 방법으로 피트산의 한계를 다소라도 극복해 볼 수 있겠다. 침수와 발아는 좀 더 일반가장에서 쉽게 실행해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발아의 경우 피트산 분해증가의 이점뿐만 아니라 다른 영양상의 혜택도 가져올 수 있다. 씨앗들의 안전한 발아와 성장을 도모하고 산화 손상을 막아주기 위해 폴리페놀, 카로티노이드, 아스코르브산 및 토코페롤과 같은 고농도의 항산화제가 씨앗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발아의 과정에서 토고페롤, 니아신, 리보플라빈등의 항산화물질의 함량이 상당히 증가하는 것으로 각종 실험에서 보고되고 있다 [8]. 어린싹들은 총 페놀량이 상당히 높으며 항상화 능력도 증가하지만  점차 자라면서 이러한 능력은 점차 희석되고 감소된다고 한다. 즉, 성장의 후기 단계로 갈수록 식물의 조직이 확장되면서 파이토케미컬이 희석되기 때문에 새싹과 미세채소에는 생리 활성 화합물들이 훨씬 많이 존재하는 것이다 [9].


주의해야 할 미생물 오염

발아과정에서 오염이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씨앗을 구매하는 과정에서부터 오염은 가능하겠지만, 특히 발아에 적당한 수분과 온도는 박테리아가 증식하기에도 이상적인 환경이다. 믿을만한 곳에서 유기농 씨앗을 구입하고, 식초에 잠시 담그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다. 발아 과정 동안 물을 갈아주면서 샤워하듯 수차례에 걸쳐 헹궈주고 가급적 손을 대지 않기를 권한다. 발아 후 생으로 섭취할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다.

 

자, 이제 나의 초간단 녹두 발아 방법을 말해보자.

녹두(유기농 강추)를 반나절에서 하루 생수를 넉넉히 넣고 불린다. 자주 물을 갈아주면서 지켜보면, 성격 급한 녀석들이 어느새 싹을 꼼지락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싹이 조금씩 보이면 주전자로 옮긴다.

 

오래전 누군가가 고향 가면서 나한테 물려주고 간 낡은 주전자. 엄청 오래된 골동품인데 비트로나 인덕션을 써온 나에겐 천덕꾸러기 깡통 주전자. 그러나 이젠 멋진 숙주 제조기로 변신했다. 안에 구멍이 있어 녹두가 좀 자라고 나면 주전자 입으로 빠져나가지 않아 더 편하다.

 

발아의 끼가 보이면 주전자로 옮겨준 후 아침저녁으로 샤워시켜주고 생수로 마지막 헹궈준다. 보통 콩나물은 물을 계속 끼얹어 줘야 하는데, 그냥 주전자 물 따라버리듯 물을 버리면 끝이라 엄청 편하다. 마치 어두운 흙속에 있다고 속이기 위해 어두침침한 곳에 가져다 둔다. 물론 주전자입구에 뚜껑이 있다면 열어주고. 숨은 쉬어야 하니까.

 

콩나물도 이 방법으로 몇 번을 해봤는데 물러져서 실패를 반복해 지쳐버렸다. 하지만 녹두는 정말 발효가 쉽다. 정말 잘 자란다. 자라기는 또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1주일이면 족히 먹는다. 1컵만 해도 충분하다. 집에 주전자가 있으면 한번 해볼 만하다.  

 

예전에는 3단 플라스틱 스팀기와 커다란 채를 이용해서 흑태와 대두를 발아시켜 콩나물을 만들곤 했었는데 검은 천으로 덮고, 물로 씻고 물버리고 정말 손이 많이 가는 편이고, 실패도 종종했었다. 나같은 게으른 자에게는 역시 노력 대비 가성비는 녹두가 최고가 아닌가싶다.

 

참고자료

[1] Phytate Decreases Formation of 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 in Patients with Type II Diabetes: Randomized Crossover Trial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6018557/

[2] Is There Such a Thing as “Anti-Nutrients”? A Narrative Review of Perceived Problematic Plant Compounds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7600777/

[3] Phytate Reduction in Brown Beans (Phaseolus vulgaris L.)
https://ift.onlinelibrary.wiley.com/doi/10.1111/j.1365-2621.1995.tb05626.x

[4] Phytic Acid in Brown Rice Can Be Reduced by Increasing Soaking Temperature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7824421/

[5] Can sprouting reduce phytate and improve the nutritional composition and nutrient bioaccessibility in cereals and legumes?
https://pubmed.ncbi.nlm.nih.gov/36045098/

[6] Prolonged fermentation of whole wheat sourdough reduces phytate level and increases soluble magnesium
https://pubmed.ncbi.nlm.nih.gov/11368651/

[7] Moderate decrease of pH by sourdough fermentation is sufficient to reduce phytate content of whole wheat flour through endogenous phytase activity
https://pubmed.ncbi.nlm.nih.gov/15631515/

[8] Sprouted Grains: A Comprehensive Review
https://www.mdpi.com/2072-6643/11/2/421/htm

 

[9] Strategies of Elicitation to Enhance Bioactive Compound Content in Edible Plant Sprouts: A Bibliometric Study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8709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