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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놀기/꽃밭에서

낙엽 멀칭, 정원에 미생물들을 위한 담요를 덮어주자.

by FatFingersJo 2023. 12. 5.

이맘때쯤, 낙엽이 떨어지는 초겨울, 나는 커다란 봉지들을 챙겨 동네를 돌아다니며 낙엽 줍는 행복한 넝마주이가 된다. 동네 사람들은 아마도 은근히 내가 자기 집 쪽으로 와주길 바라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깨끗하게 낙엽을 쓸어 담아 가니까...

 

낙엽 모으기

 

나는 멀칭의 중요성을 소리 높여 외치는 사람이다.  멋지게 꾸며진 아름다운 조경을 완성하는 깔끔한 멀칭. 바크나 크고 작은 돌 등으로 토양을 깨끗하게 덮어 놓은 것을 많이 봤을 것이다. 도시 한가운데 정원은 색깔 있는 돌을 이용해 여러 문양으로 장식 효과를 더한 예술적 멀칭도 있다. 하지만 나는 돌이나 난석등으로 멀칭 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면, 그런 무기물들은 토양에 유익한 유기물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미생물에 약간 미친(?) 사람이다. 우리 몸안에서건 토양 속에서건 그들은 정말 너무나 중요한 존재들이라고 믿는다. 누가 수시로 물을 주지 않아도, 영양제를 주기적으로 공급하지 않아도 튼튼하고 멋지게 자라는 들과 산의 식물들을 보면 신기하지 않은가? 그 덥고 메마른 여름도, 그 추운 겨울도 잘 견디는 나무들을 보면 궁금하지 않은가. 나는 그 답을 자연이 낙엽을 떨어뜨려 땅을 덮고 토양미생물을 보호하는 것 에서 찾는다. 때가 되어 떨어지는 낙엽은 모양은 볼품없고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날아다녀 핀잔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그들은 너무나 고마운 존재들이다. 그들이 담고 있는 엄청난 영양분뿐만 아니라, 유기물들을 분해하고 쪼개서 뿌리가 흡수할 수 있는 형태의 영양분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미생물들을 그 아래에 품고 보호해 줄 은인들이기 때문이다.

 

멀칭의 대표적 효과들을 간단히 살펴보자.

 

1. 온도 조절

미생물들은 급격한 온도 변화에 상당히 예민하다고 한다. 토양을 덮어 멀칭을 해주면 1년 내내 온도를 안정화시킬 수 있다

 

2. 습도 조절

미생물들은, 지렁이도 마찬가지지만, 적절한 습도가 있어야 활동하고 번식할 수 있다. 멀칭을 하면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상당히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습도 조절에 큰 역할을 한다.

 

3. 유기물 제공

우드칩(wood chip), 톱밥, 짚, 낙엽,  바크 같은 유기물들은 그 자체가 상당한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들은 분해되어 미생물들에게 좋은 먹이가 된다. 또 거꾸로 미생물들이 이 들의 분해를 가속화시켜 주기도 한다.

 

4. 잡초 억제

충분한 높이로 멀칭을 할 경우, 빛을 차단하여 원치 않는 잡초들의 번식을 억제할 수도 있다. 사실 잡초 없는 정원은 불가능하다. 일정정도 공생을 받아들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잡초도 영양분을 많이 갖고 있어서 잡초를 손으로 뽑으면 다시 흙을 덮어 멀칭으로 이용한다. 물론 뿌리가 다시 흙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싹둑 잘라낸 후에. 

 

사실 나는, 1년 내내 커피찌꺼기들을 근처 카페에서 받아와 뭉치지 않게 조심하면서 토양에 흩뿌린다. 마치 미생물들에게 밥을 주는 느낌으로 아주 얇게 뿌려준다. 잔디를 깎고 나면 잔디들을 모아 역시 정원에 덮어준다. 이때도 너무 두껍게 토양을 덮지 않게 조심한다. 토양도 숨을 쉬어야 하고, 잔디가 덩어리채 썩어버릴 수 도 있기 때문이다. 공기가 잘 통하도록 조심스럽게 흩뿌리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렇게 뿌려준 잔디에서 싹이 나는 곤란한 경우도 있지만 그 정도는 중간중간 직접 뽑아내서 감당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재료로 멀칭을 하면 다양한 영양분을 미생물들에게 공급하는 셈이고, 그 재료에 따라 ph도 달라질 수 있다. 바크같이 크기가 커다란 것들은 미생물들이 분해하려면 너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화학비료도 거의 쓰지 않는다. 왜냐면 이런 미생물들만 잘 보호하고 장려(?)하면 굳이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나는 경제적 정원사이다.

 

가을 햇볕이 뜨거울 때, 아주 잘 마른 상태의 낙옆을 모아 큰 가방 안에서 넣고, 손으로 마구 부수면 정말 바삭바삭거리면서 쉽게 부서진다. 이렇게 작게 쪼개진 낙엽들을 토양 위에 뿌려주면 그야말로 최고다. 그런데 올해는 비가 갑자기 너무 많이 와서 바삭거림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할 수없이 처리되지(?) 못한 낙엽 그대로 정원에 덮어줬더니 모양도 지저분하고, 무엇보다도, 미생물이 아주 훨씬 더 열심히 일해야 할 상황이 되어 버렸다. 얘들아 미안하다....부탁한다... 니들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