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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놀기/꽃밭에서

녹색 정원의 홍일점, 사철(왁스)베고니아 포기 나누기

by FatFingersJo 2023. 10. 30.

화원에서 맘껏 지르지 못한다면....

자주는 아니지만 화원에 들러 정말 갖고 싶었던 꽃을 고르고 골라 몇 가지 데리고 오는 즐거운 때가 있다. 가끔 유튜브에서 엄청 예쁘고 고급진 화분들을 종류별로 대량 가져와 허름한 집 앞을 기가 막히게 멋진  화단으로 개조시키는 걸 보면 부럽긴 하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그저 1년에 한두 번 정도 화원에 가서 맘껏~~ 정신줄 놓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르고(?) 오늘 걸로 만족해야만 한다. 그 대신 종류별로 구입해온 화초들을 번식시킬 방법을 찾아본다. 주로 삽목을 시도한다. 최소의 비용으로 정신적 만족감과 시각적 풍요로움을 함께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삽목이다. 그저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과 끊임없이 스프레이만 잘해주면 승산이 꽤 있다.

 

뿌리(포기) 나누기

그런데 삽목 말고도 식물을 번식시키는 또 하나의 좋은 방법이 바로 뿌리 나누기 또는 포기나누기이다. 물론 모든 식물이 다 되는 것은 아니고, 수선화나 신비디움 같은 알뿌리 화초도 일종의 뿌리 나누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포기 나누기로 젤 많이 도움받은 건 샤샤데이지, 산세베리아, 몬스테라, 피스릴리(스파티필룸), 국화, 그리고 벤자민.. 생각보다 꽤 많다. 샤샤데이지들은 잔뿌리들이 줄기 위로까지 엄청 생겨서 뚝뚝 잘려도 잔가지들이 많아서 그냥 흙에 잘만 덮어놓으면 또 생생하게 잘 컸다. 

잘 자랄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정말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삽목이든, 포기 나누기든, 잘 되는 녀석들이 따로 있다. 같은 식물종류 내에서도 튼튼하고 번식력이 강한 녀석들이 있고, 아무리 좋은 토양에 심어줘도 비실비실 오래 못 가고 병에 잘 걸리고 결국 명을 달리하는 녀석들이 있다. 강한 녀석들로부터 번식시킨 2세들도 마찬가지로 튼실하다. 참 희한하다. 식물들도 강한 DNA가 분명 있는 것 같다. 붉은색과 하얀색 베고니아를 같이 들여왔는데 흰색 베고니아는 좀처럼 비도 견디지 못하고 줄기가 쉽게 물러지고 고전하는 모습이다.

운 좋게 화원에서 강인한 화초를 만나 데려오면 정원이 풍요로워질 가능성이 커진다. 사철베고니아가 그런 화초인 것 같다. 여리여리하고 힘도 없게 생긴 꽃무덩이가 어찌 그리 밝고 예쁜 붉은색을 띠었는지, 그런 형광빛 빨간색에 잘 어울리는 반짝반짝 빛나는 녹색 이파리는 또 왜 그리 싱그러운지. 하지만 그냥 귀엽고 상큼한 외모 때문에 내 관심의 대상이 된 건 아니다. 생명력이 정말 우주 최강이다. 포기 나누기를 해서 정원 여기저기 큰 기대 안 하고 던져놓고 잊고 있었는데 그동안 잘 크고 있었던 것이다. 화려한 꽃들이 저마다 뽐내던 계절이 끝나 가고, 뚝 떨어진 온도에 주구장창 내리는 비에, 꽃들도 다 급히 퇴장하고 녹색만 가득한 정원에 여기저기 아주 쬐금한 붉은색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소담한 키작은 난쟁이들이 붉게 붉게 눈에 뜨이기 시작한 것이다. 쉬지 않고 내리는 비로 잎이 다 누렇게 뜨고 너덜너덜해져서 흉찍하기까지한 제라늄이파리 사이로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녀석들. 어찌나 짱짱한지 보는 나도 힘이 난다. 아. 참 그래서 이름이 사철베고니아지...그래서 생각했다.. 아..이런 날씨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꽃을 피우는 베고니아가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식물을 기르다 보면 신기한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식물이 위로와 힘이 되어줄때가 있다는 걸. 

 

베고니아 퍼뜨리기

비가 그친 사이사이 해가 얼굴을 내민다. 이 때다 싶어 삽을 들고 정원에 가서 베고니아를 푹 퍼냈다. 살살 흙을 털고 엉켜있는 뿌리를 달래 듯 떨어뜨리면 분리가 되는 포기가 있다. 

이 한 포기에서 2개의 독립개체가 나왔다. 꽤 튼튼한 녀석들이다. 잎도 많이 달려있고. 

 

이 친구는 더 작은 무더기였는데 4의 개체가 분리되었다. 4 식구가 엉켜 살며 그간 고생 많았네. 내가 따로 집을 마련해 독립시켜 줄 테니 잘  번성해 보라구.

 

흰색 베고니아도 있어서 혹시나 하고 퍼올렸는데, 욕심부리다 그만 상처가 났다. 왜 나는 늘 힘조절에 실패하는 걸까. 상처 난 부위에 계피를 뿌려줬다. 미안..너가 잘 치유하고 씩씩하게 자라면 너도 빨간 애들처럼 강한 DNA를 가진 걸로 인정해 줄게.(Good luck)

 

사실 이 맘 때면 온 집에 국화가 만발했었는데 도무지 무슨 일인지 한송이도 안 보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래서 그 자리를 채워주는 베고니아에게 더 고맙다. 조금 있으면 해가 더 짧아지고 추워질테고, 카랑코에가 만발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