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위해 만들었던 까만 리넨가방. 사진으로도 그 과정이 쉽게 보일만큼 간단하다. 사실 방법이 어려워서 아니라 손이 많이 가는 것뿐이다. 영어로 "labour of love"라는 표현이 있다. 힘들고 성가시긴 하지만 그야말로 진심 너무 좋아하니까 그냥 하는 것이리라. 난 바느질로 이것저것 해보는 것이 너무 좋다. 아주아주 오래전 어디선가 퀼트로 만든 가방들은 맵씨도 없고 솜 빵빵 넣고 누빈 기저귀가방 같다고 적어놓은 글을 읽은 기억이 아직도 난다. 퀼트 작품이 특별한 건 뺴어난 디자인도 색감도 아니고 그냥 그걸 만드느라 보낸 시간과 꼼꼼하게 하려고 애쓰던 정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엄마는 아직도 이 시커먼 가방을 성당 가실 때마다 들고 다니면서 친구분들에게 딸내미가 만들어 준거라고 자랑하신다... 으... 민망해라.. 아마도 우리 엄마는 내가 이 가방을 만드는 내내 당신을 생각했다는 걸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두서가 너무 길어졌다...
나는 퀼트로 가방을 만들때 패턴도 없고 계획도 없다. 그냥 집에 있는 다른 가방을 벤치마킹용으로 가져다 적당히 재보고 용도에 맞춰 좀 더 크게, 좀 더 작게 줄여서 사이즈를 정해 본다. 100% 면이나 리넨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반드시 미리 물에 풍덩 담가서 줄어들게 만든다. 너무너무 시간이 없을 땐 스팀을 아주 빵빵하게 해서 다림질해 준다. 세탁망에 씌어서 세탁기에 던져 넣고 더러워지면 바로 세탁해 주는 퀼트를 추구하는 나는 이렇게 천이 준비되고 나야 사이즈대로 잘라낸다. 그리고, 항상 나는 시접분을 넉넉하게 배려해서 준다. 나중에 남으면 잘라내면 되니까 그게 속이 편하다고 할까. 정확히 재서 작업할 만큼의 자신감도 숙련도도 없다. 퀼트는 과학이.... 아니다? ㅎㅎㅎ
자 한번 시작해보자.
1. 육각형 종이 패턴을 만들어 페이퍼피싱(paper piecing)방법으로 꽃을 만들어 앞판에 아플리케를 했다. 잎도 아플리케 하고 줄기는 수를 놓았다. 각자 맘에 드는 방법으로 자유롭게 장식하면 된다.
2. 앞판이 준비되면 똑같은 사이즈로 뒷판도 준비한다. 아래에 퀼팅솜을 대고 퀼팅을 한다. 퀼팅용 재봉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기계 퀼팅을 잘 못하는 나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퀼팅솜을 고정하기 위해 머리를 썼다. 먼저 아플리케 주변을 따라 퀼팅을 해주고, 중간의 커다란 공간은 회오리 모양으로 약간의 장식을 주고 솜을 고정시켯다. 퀼팅라인은 개인의 창의성을 뽐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작업을 할때 퀼트탑과 퀼팅솜이 떠서 우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시침을 보통 하는데 나는 퀼팅용 시침핀을 사용했다. 무지 편리했다. 핀을 쓰던 바느질로 듬성듬성 뜸을 뜨던 시침과정은 꼭 건너띄지않고 해줘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3. 앞판과 뒷판이 준비되면 이 둘을 중간에서 이어 줄 옆면을 준비한다. 노란색 3면의 선이 길이가 된다. 옆변의 폭은 원하는 가방의 깊이를 생각하면서 정하면 된다. 물론 이때도 혹시 중간에 변심을 할 수있으므로 넉넉히 시접(+알파 cm)를 주고 재단한다.
옆면도 퀼팅솜을 대고 튼튼하게 퀼팅을 해줘도 좋다. 앞을 따라 옆면을 연결하고 이어 뒷면도 연결한다. 퀼팅솜을 최대한 시접선 바짝 가까이 잘라내고 시접은 삼각형으로 잘라내거나 가위집을 줘 두툼해지지않도록 한다. 이 작업을 꼼꼼히 해주면 시접선이 아주 자연스럽고 예쁘게 빠진다. 손품을 팔면 차이가 확실히 보인다.
가방 겉이 준비되었다.
4. 안감을 준비하자. 가방겉을 만들던 과정을 반복하면 된다.
안감 속 주머니는 깊게 만들수도 넓게 만들수도 있으므로 취향껏 사이즈를 정한다. 천을 2장 준비해서 창구멍을 내어 뒤집어주고 붙여준다. 시작과 끝은 바느질이 튼튼하도록 주의한다. 주머니 끝이 쓰다보면 낡아 약해질수도 있기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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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방법으로 옆면을 연결하고 시접을 정리해준다.
가방의 겉과 안감이 준비되었다.시접을 가름솔로 정리해주면 좋다.
사진처럼 둘을 포개 넣는다.
가방 손잡이를 연결하기 전에 가방 윗쪽을 안팎 시접정리하여 완성선을 핀으로 고정해준다. 다림질을 한번 해 주면 더 편하게 작업할수있다.
5. 가게에서 가방 손잡이 두개를 샀다. 끝이 동그란 고리여서 고리를 가방에 연결하기 위해 긴 스트립을 만들었다.
6. 지퍼날개. 가방 옆의 폭을 반으로 나눠 지퍼날개의 폭을 정해주고 사진처럼 지퍼를 감싸주었다.
지퍼 한쪽을 연결하고
다른 한쪽도 마저 연결하고
지퍼 끝의 지저분한 부분도 싸준다.
7. 최종합체
가방본체에 지퍼날개를 연결하는데 이때 손잡이 스트립을 중간에 끼어준다. 혹 좀 더 튼튼하게 하려면 지퍼날개를 달기전에 손잡이를 먼저 따로 몸체어 한번 박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때는 바느질선에 신경을 좀 써준다.
엄마한테 보내드리기 전에 완성된 가방을 찍지 않았나보다...흠..이 사진에서 핀만 빼면 된다.ㅎㅎ
기저귀가방...처럼 보이나...혹시... ㅋㅋ